스키니진

스키니진을 처음 입었던게 아마 2006년. 요즘 가끔 다리가 저린다. 10주년을 맞아 더 나은 혈액순환을 위해 좀 베기한 바지들을 찾던중 난 Cos에서 기가막힌 아이템을 발견한다. 그것은 허벅지부분은 헐렁하고 밑으로 가면서 서서히 줄어드는 항아리형의 짙은 회색 바지였는데 제질은 언뜻보기엔 츄리닝같기도 하지만 얇은 정장바지 같기도 한, 여하튼 내가 찾던 그런 아방가르드의 느낌이었다… 10년만의 베기팬츠가 선사한 경험은 인크레더블했다. 바람이 불때마다 바지가 미세하게 펄럭이며 몸에 닿는 그런 기분은 몸과 하나로 밀착된 스키니진은 절대 줄 수 없었던, 마치 자연인이 된 듯한 그런 느낌이라고 하면 이건 좀 오버인가.ㅋㅋ (예전에 어떤 책에서도 읽었던 것 같은데 의복이 달라지면 걸음걸이도 변한다고하니 의복과 사람마음은 이처럼 묘하게 닿아있는 것이다)

나이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힘을 빼는 작업을 하게 된다. 금빛 장식이 달린 자홍색 벨벳 자켓에 흰색 칼구두, 땡땡이 나비넥타이를 일상복처럼 입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과장된 연출로 어깨에 힘 주기보단 자연스럽고 편한 것을 추구하게 된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인연을 만들고 싶다면 잔뜩 몰입해서 내 힘으로 만들어가려던 때가 있었다면 이젠 흐르는대로,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다면 아쉬운건 그대로 조금 내비두기도 해보고, 한마디 툭 던지고 싶다가도 한번 참아보고, 시간의 힘을 믿어보고, 그런다. 생각해보면 스키진을 처음 입으면서 10년후쯤 내가 이루었을거라고 막연히 상상했던 그 어떤것들도 난 이루진 못한것 같지만 그래도 지금 나 괜찮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것 같다고. 베기팬츠를 입어보며 느낀 더이상 막연하지 않았던 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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