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해도 괜찮아

내가 가끔 친구들에게 우스갯 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10년전 쯤 참석한 한 파티에서 친구들이랑 춤을 추다가 일생일대의 수치와 모욕감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 믿을지 모르겠지만 그때 어떤 여자애랑 춤 배틀(?)같은 걸 했다는 지금 생각하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 – 그때 이후로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겨버려서 그런 자리들이 불편하고 춤추는 게 어색하다는 이야기.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반은 맞고 반은 아니었다 (새삼 느끼는건데 자기점검이 없으면 이렇게 스스로 속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어제 손님들을 제법 초대한 송년회를 가지다가 다들 흔드는 분위기에 나만 계속 뺄 수가 없어서 정말 오랜만에 춤 비슷한 걸 흉내냈는데, 딱 봐도 뻣뻣한 모양새로 무아지경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며 사실 마음 한편으로 부러웠던 것 같다. 베이스가 쿵쾅 거리는 그 순간에도 나는 내가 우스꽝스러워 보이진 않을까 되뇌이고 있었으니까. 나는 그런 취향이 없다고 애초에 선을 그어 놓으면 편리하긴한데 사실 주변 시선이 신경쓰이는 것 뿐이다.

내가 생각해도 난 좀 awkward한 면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잘 정돈된 언어의 사용을 좋아해서 만남 후에는 내가 오늘 뱉어낸 말들을 복기하며 흐뭇해하기도, 좌절할 때도 많다 (물론 후자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주변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를 표출하면서도 남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재능들이 종종 부럽다. 이런 사람들은 주변의 awkward함까지 통째로 껴안아 품어버린다.

2016 후반기 내 고민의 연장선상으로 2017의 나는 내 안의 욕망들과 좀 더 화목해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바라고 원하는 것들을 모두 꺼내보일 수는 없는거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선긋고 점잖은 척 하진 말아야지. 주위 시선은 조금 덜 신경쓰고, 겉과 속이 지금보다 조금 더 일치 했으면 한다. 그게 더 건강한 것 같다.

여섯 시간 남았네. 어쨌든 ‘올해는 더욱 더 철들지 말자’고 했던 연초의 다짐은 꽤나 잘 지킨 것 같아서 뿌듯하다. 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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