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예전엔 책장을 보면 뿌듯했다. 열심히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 절반이어도 형형색색 잘 배열 해놓은 책들을 보고만 있으면 아직 가보지 않은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배가 불렀다. 그리고 그걸 게으른 지적 허영심이라고 부른다는 걸 깨닫게 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이젠 책장은 내게 있어 삶에게 진 빚과 같은 의미, 내가 바라는 나와 거기에 못미치는 나 사이의 간격 그 자체. 그래서 보고 있으면 뭔가 간질간질거리는 조바심에 속이 쓰리다. 아마 넌 평생 여기서 자유하지 않기를 선택할게라고, 책들이 말하는건지 내가 되뇌이는건지 모를 그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말이지! (베를린에서 이사하면서 인쇄책의 불편함을 느껴 ebook을 실험중이다 – 결국 거의 다 두고 왔다 – 한동안 Ebook으로 책을 모았더니 눈으로 느껴지는 죄책감은 줄었으나 잔뜩 사놓고 책 자체를 아예 잊어버리게 되는 부작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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