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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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너리 오코너는 이런 종교적인 전통이 강한 곳에서 이런 뻔한 말들 그리고 이런 위선적인 말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 저는 문학의 정신중에 매우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뻔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뻔한 말이란 것은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어주죠. 합의된 어떤 말들입니다. 그정도 말을 하면 되는거죠. 서로 상처받지 않고 별 의미 없는 말들을 하는 것인데, 이런 뻔한 말들은 너무나 넓게 사용되니까 아무것도 지칭하지 않을 때가 많아요. 정확하지 않은 말이죠. 적확하지도 않고. 예를 들면 어른들이 매일 하는 말 있잖아요. ‘아유, 자식있는 부모있나.’ ‘인생 뭐 있어’ 이런 말들이 뻔한 말이고. 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이에요. 그런데 작가들은 이런 뻔한 말을 피하는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뻔한 말이 담지 못하는 진실들, 뻔한 말이 포착하지 못하는 인간의 심리와 상황, 이런 것들을 아주 예리하게 파악하는 것입니다. 어떤 작가들은 완전히 새로운 언어, 새로운 문체를 창안하기도 하고, 어떤 작가는 플레너리 오코너처럼, 아주 흔하게 쓰여지는 뻔한 말들을 다른 맥락에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플래너리 오코너’편),

난 여럿이 함께 써주는 생일카드에 짤막한 메세지 하나를 써줄 때도 뻔한 말을 쓰는 걸 싫어해서 머리를 열심히 굴리곤 한다. 뻔한 말을 쓰는 건 어쩐지 게으르다고 느껴진다. 거기에 진심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얼굴을 맞대고 있을 때 서먹서먹한 우리들에게 글을 통해서 평상시 고마웠던 점이나 상대에 대해 좋게 봤던 부분들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는 소중하니까, 어떻게든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반대로 누군가로부터 카드를 받을 때도 (물론 카드를 준비해서 써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이 고맙겠지만) 뻔한 말들을 읽으면 약간의 실망을 느끼곤한다. 이런 뻔한 말은 (플래너리 오코너가 그랬듯) 교회 공동체에서 더 자주 보인다. ~을 소망한다던지, ~기도할게 라던지 혹은 주안에서~합니다 같은 말들은 이상하게 날 허탈하게 만든다. 무엇에서든지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의 유별남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모든것을 ‘소설가적 특성’으로 포장할 수 있단 사실에 정체모를 뿌듯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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