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생각?

인스타그램에 독서에 관한 짧은 단상들을 올리면서 블로그가 뜸해졌다.
사실 순서는 블로그에 글을 먼저 쓰고, 그 축약본이 인스타그램에 올라가는게 옳다.
적어도 진지하게 글을 한번 써보고 싶은 소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해야한다.
조금씩 그렇게 바꿔나가야지 싶다.

내 주변엔 ‘요즘 무슨 생각하며 사니’라고 묻는 분들이 종종 있다. 고마운 일이다.
그러면 나는 처음 잡히는 생각을 덥썩 물어서 이거이거 저거저거 라고 답하긴 하는데,
스스로에게도 썩 만족스러운 답이란 느낌이 안드는 것 같다.
분명 아무 생각 없이 사는건 아닌데, 뚜렷한 방향성이 없어서 그런건가 싶다.

2018년 1/4분기에 집중해야 할 일은 앞으로 몇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필요한 일종의
삶의 습관 같은 것들을 구축하는 것이다. 직장생활은 시간을 대하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요구한다. 말하자면 이때까진 시간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지 않았던 부분들,
– 예를 들면 여가시간에 대한 개념, ‘쉼’의 정의, 우선순위를 상정하는 일 – 이 문제가 된다.

그리고 시간을 대하는 태도는 근본적으로 방향성과 닿아있다.
방향성이 분명하다면 그 다음은 execution인데 이 부분은 언제나 쉽지 않다.
집중하는 시간을 통한 효율성의 극대화와 utility와는 무관하게 그저 기쁨 안에 거할 수 있는
비효율의 추구가 함께 가야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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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웅재 라이브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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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그제였나, 꿈에서 한웅재 목사님이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다. (대중가요까지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지만 실재로 뵌 적은 한번도 없기 때문에 그분께는 무척 죄송한 얘기지만, 아. 음반구입 관련해서 페이스북 상으로 목사님과 쪽지를 주고 받은 적은 있다.) 꿈이었지만 이젠 이분의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상실감이 너무나 커서 자다깨다를 여러번 반복했고 현실과 구분이 되질 않아 너무나 허한 마음에 일어나자마자 ‘한웅재’를 구글했다. 물론 당연히 아무일도 없었다 😂 CCM을 하시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가사의 서정성으로 따지면 오늘 신보 낸 루시드폴 뺨대기도 후리실 그 분. (그리고 노래도 더 잘한다.) 대체 왜 이 앨범을 네달이 지나서야 알게 된건가. 정말 주옥 같습니다. 꿈이 있는 자유 때부터 솔로 1-2집까지 좋은 레퍼토리로 가득합니다. 트랙도 무려 17곡…

무인도에 가져 갈 책이라고 해서 처음엔 생존을 위한 실용적 가치를가진 책들을 떠올렸다. (정재승 교수가 선택한 ‘도구와 기계의 원리’가 바로 그런 책이 아닌가.) 내게 있어 무인도에서의 독서행위는 사치를 넘어 거의 무의미함에 가깝지 않을까. 일단 책을 읽은 후 느끼는 지적 만족감을 표현할 상대가 없다. 관계할 인간이 부재한데 영혼과 지성을 살찌워봐야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난 순수한 자기만족을 위해 독서할만큼 쿨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무인도에서의 책은 생존 자체를 위한 – 예를 들자면 불을 피우기 위한 – 재료로서 가장 유용한 가치를 가진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구글로 ‘가장 두꺼운 책’을 검색해본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처음 눈에 띄지만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땔깜으로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영어로 다시 검색해본 결과, 기네스북에 등재된 가장 두꺼운 책은 영국출판사 하퍼콜린스에서 2009년 출간시킨 아가사 그리스티의 ‘Miss Marple Stories’로서 무려 4032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불을 피우기 위해 하루 10장의 종이를 사용한다는 가정하에 약 202일간 나의 생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단순 페이지수가 아닌 면적으로 계산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오겠지만 그런걸 계산하고 있기엔 내 인생이 너무 짧다!)
그러나 책에 대한 사랑을 종종 고백해온 나름 애서가인 내가, 읽어보지도 않은 책을 태운다는 것은 아가사 크리스티에게 실례이고 (사실 추리소설에 취향이 없어 그녀의 책을 한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 더 나아가 책에 대한 모독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옳지 않다. 따라서 난 내 비루한 책장으로 시선을 돌려 이중 가장 태워버리고 싶은 책을 찾는다. 평소 책을 매우 지저분하게 읽는 나는 한달 전쯤 알랭 코르뱅의 ‘침묵의 예술’을 읽으며 딱 두번 밑줄을 그었다. 이 독서경험은 나로하여금 아무리 대단한 지성인도 가끔은 자기가 무슨말을 하는지 잘 모르고 책을 쓰는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느끼게 했다. 흡사 지 잘난 맛에 사는데 말까지 많은 친구와 단둘이 집에 가게 됐는데 기차가 끝없이 딜레이 되는 상황같았다. 사실 이 책에 대한 나의 평가엔 아마도 프랑스 문화에 대한 나의 무지가 큰 영향을 끼쳤을테지만, 어쨌든 '소음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침묵을 배우다’라고 쓴 이 책의 편집자는 아마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게 분명하다. 난 이 책에서 어떤 지적도전도 받지 못했고, 주저없이 이 책으로 10일간 따뜻한 밤을 보내길 선택할 것이다.

'무인도에 가져갈 만큼 애정하는 책’을 소개하려 했는데 의식의 흐름을 따르다보니 서론이 본론이 되어버렸다. 약간의 고민 끝에 나는 ‘스토너’를 떠올렸다. 세상에 별다른 족적도 남기지 못한 어떤 이의 삶과 죽음을 통해 한 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생각하며, 무인도에서의 삶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실용적 가치까지 갖춘 책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매우 드물게도 내가 두번을 완독한 책이다. 이외에도 ‘개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책이 몇권 더 떠오르는데 다니엘 페나크의 ‘몸의 일기’는 내가 아직 인간임을 계속 상기시켜 줄 책이고,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과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도 모두 좋은 책이니… 이중 가장 두꺼운 책을 고르면 될 것이다😂 이승우 작가의 '사랑의 생애'엔 매우 드물게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 책을 틈틈히 읽으면 적어도 톰 행크스처럼 배구공과 사랑에 빠지는 난감한 상황은 피할 수 있겠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의 ‘나의 투쟁’도 생각났는데 이 책은 1권밖에 읽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

예전에 옷을 고를땐 딱 보기에도 흔하지 않고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옷을 골랐다. 그때 난 꽂힌 옷이 있으면 밥을 굶어서라도 사는 애였기 때문에 내 옷장은 프릴장식이 달린 빅토리안 시대 스타일의 셔츠라던가 하는 것들로 가득찼고, 그런 애들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코디는 늘 한결같이 지나쳤다.
남이 뭐라든 나는 내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골랐다. 그게 어떤 기준이었는지 어떻게 형성된건진 불분명하지만 사회적 기호나 의복으로서의 패션이라기보다 자기만족의 요소가 훨씬 컸던게 분명하다.
어쨌든 난 그리고 한참이 지난 최근에서야 나에게 어울리는 옷들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근데 이젠 그걸 추구할 돈도 흥미도 없다..) 샵에서 볼땐 그저 평범해보이는 아이템도 막상 입어보고 신어봐야 알 때가 있는데 때때로 이걸 나보다 남들이 더 잘 본다. 그리고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를 아는 과정'이란건 그저 '남에게 비춰지는 나'를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보는 눈을 얻는 건 아닌가 싶다.

알람도 없이 깨어난 새벽6시에 나는 지금이라도 면접을 취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 밤부터 난 면접 준비보다 이 생각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 다시 누군가에게 나를 애써 증명해야하고 판단 받는 자리라니. 우리의 언어는 늘 자기를 증명하려는 욕구들로 가득차 있는데 막상 드러내놓고 증명하라면 낯뜨겁고 고역스럽단게 이것 참 우스운 일이 아닌가. 면접은 면접관의 눈을 빌려 나를 마주하는 자리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지난 2년간 난 뭘 한건지, 모든게 분명해지는 시간. 도망치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 옷매무새를 고치고 허겁지겁 음식을 우겨넣으며 웨스트민스터로, 나는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무언가에게 이끌려 가는 기분이었고 출근길 직장인들 사이를 힘겹게 뚫어 도착한 그곳에서 난 어쩌면 내게도 작은 절실함 같은 게 생긴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떻게든 이 자리에 계속 서야한다. 결과야 어쨌든, 잘 떠밀려 간 나에게 오늘 하루만은 작은 격려와 감사의 기도를.

책과 글을 통한 소통에 있어서 인스타그램이 순기능을 담당할 수도 있겠단 희망을 가지고 나도 전체공개 인스타그램 계정을 시험 중 – 피드를 보니 책을 읽고 올린 인증샷들이 하나 같이 참 정성스럽단 생각이 든다. 일관성 있는 배경과 미니멀리스틱한 연출이 필요한가보다. 하면서 쭉 훑어보니 5분이 지나지 않아 피로감를 느끼기 시작한다. (특히 영어권 유져들의 경우 모두 똑같은 필터를 쓰는건지 매우 작위적이란 인상을 받았다.) 시각적 이미지가 지배하는 이 플랫폼의 구조상 당연한 결과물이긴하다. 하긴 다 읽은 책들이 정갈하게 피드에 쌓여가는 것을 보는 기분은 정기적으로 책장을 정리하고 이런 저런 주제별로 재배열해보며 뿌듯해 하는 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sns라고 무조건 피상적일거라는 색안경을 끼는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글과 이미지들은 이미 너무 많고 굳이 거기에 나를 새로 얹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이곳에 내가 더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이고 그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까.